1월이나 2월 초에 태어난 분들은 사주를 보다가 한 번쯤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어떤 사이트는 뱀띠라고 하고 다른 사이트는 말띠라고 합니다. 연주가 다르니 그 아래 붙는 해석도 통째로 다릅니다. 둘 중 하나는 틀렸고, 대개 틀린 쪽은 연주를 1월 1일이나 음력 설날에 바꾸는 쪽입니다.
이 이야기는 세 가지를 나눠서 봐야 정확합니다. 첫째, 입춘이 언제인가. 이건 태양 황경이 315도가 되는 순간이고 천문 계산으로 나오는 값입니다. 여기에는 의견이 갈릴 여지가 없습니다. 둘째, 연주가 입춘에 바뀌는가. 이건 관측값이 아니라 명리가 오래 써 온 약속입니다. 다만 이 약속만큼은 유파를 가리지 않고 거의 예외 없이 공유됩니다. 셋째, 음력 설날이나 양력 1월 1일은 어떤가. 이 둘은 명리의 경계로 쓰인 적이 없습니다. 유파가 갈리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자를 대고 재는 문제입니다.
사주는 달의 달력이 아니라 해의 달력을 씁니다
사주를 음력으로 본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사주팔자에서 실제로 쓰는 시간 체계는 음력 날짜가 아니라 24절기입니다. 24절기는 지구에서 본 태양의 위치, 즉 황경을 15도씩 스물넷으로 나눈 것입니다. 순수한 태양력이고, 달의 움직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스물네 개 중에서 홀수 번째 열두 개를 절(節)이라고 부릅니다. 입춘·경칩·청명·입하·망종·소서·입추·백로·한로·입동·대설·소한. 이 열두 개의 절이 한 해를 열두 칸으로 자릅니다. 사주의 월주가 바뀌는 지점이 바로 이 절이고, 그중 첫 번째인 입춘에서 연주까지 함께 바뀝니다.
왜 하필 태양이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명리는 결국 계절의 기운을 재는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목·화·토·금·수 다섯 기운의 강약은 계절에서 나옵니다. 봄에 태어난 나무는 힘이 있고 가을에 태어난 나무는 그렇지 않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계절을 만드는 것은 지구와 태양의 관계이지 달이 아닙니다. 음력 날짜는 계절과 최대 한 달 가까이 어긋납니다. 윤달이 낀 해의 음력 5월과 그렇지 않은 해의 음력 5월은 실제 기온부터 다릅니다. 계절을 재는 자로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 해의 시작은 입춘입니다
입춘은 태양 황경이 315도가 되는 순간입니다. 명리는 봄의 첫 달인 인월(寅月)을 한 해의 첫 달로 잡고, 인월이 시작되는 순간이 곧 입춘입니다. 그 순간 월주가 축월에서 인월로 넘어가고, 연주도 같이 한 칸 움직입니다.
| 연도 | 입춘 |
|---|---|
| 2020 | 2월 4일 |
| 2021 | 2월 3일 |
| 2022 | 2월 4일 |
| 2023 | 2월 4일 |
| 2024 | 2월 4일 |
| 2025 | 2월 3일 |
| 2026 | 2월 4일 |
| 2027 | 2월 4일 |
| 2028 | 2월 4일 |
| 2029 | 2월 3일 |
| 2030 | 2월 4일 |
이틀 차이로 여덟 글자가 전부 바뀐 예
1990년 입춘은 2월 4일 오전이었습니다. 1990년 2월 3일 오전 10시에 태어난 사람과, 이틀 뒤인 2월 5일 오전 10시에 태어난 사람을 나란히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래 두 표는 이 사이트의 계산 엔진이 실제로 내놓은 값입니다.
연주 기사(己巳) · 뱀띠 · 일간 기(己, 토)
시주
말년·자녀
일주
나·배우자
월주
청년·사회
연주
초년·조상
연주 경오(庚午) · 말띠 · 일간 신(辛, 금)
시주
말년·자녀
일주
나·배우자
월주
청년·사회
연주
초년·조상
이틀 차이인데 겹치는 글자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눈여겨보실 곳은 일주의 천간, 즉 일간입니다. 기(己, 토)에서 신(辛, 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일간은 사주에서 나 자신에 해당하는 글자입니다. 이 한 글자가 바뀌면 나머지 일곱 글자가 나에게 무엇인지가 전부 다시 정해집니다. 십성이 다시 계산되고, 격국이 달라지고, 신강·신약 판정과 용신이 뒤집힙니다.
실제 값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2월 3일생은 토 40.3%·화 35.3%로 일간을 돕는 세력이 75.6%인 뚜렷한 신강 사주이고, 2월 5일생은 돕는 세력이 46.2%로 중화에 가깝습니다. 앞사람에게는 기운을 덜어낼 금이 필요하고, 뒷사람에게는 가장 부족한 수가 필요합니다. 조언의 방향 자체가 반대로 갑니다. 연주 하나를 잘못 잡으면 그 뒤의 모든 문장이 남의 이야기가 됩니다.
신강·신약은 무엇이고 어떻게 판정하나신강·신약과 용신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여기서 자세히 다룹니다.음력 설날을 기준으로 삼으면 왜 안 되나
설날은 음력 1월 1일입니다. 음력은 달의 삭망 주기를 따르기 때문에 양력으로 옮기면 매년 다른 날에 옵니다. 빠르면 1월 하순, 늦으면 2월 하순입니다. 입춘과 최대 3주 이상 벌어집니다. 설날을 연주의 기준으로 삼으면 기준선 자체가 해마다 출렁이고, 출렁이는 기준으로 계산한 값은 재현되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의 사주를 두 번 뽑았을 때 다른 답이 나온다면 그건 이미 계산이 아닙니다.
한편 양력 1월 1일은 명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행정적 기준입니다. 그레고리력의 1월 1일은 계절의 마디도 아니고 천문학적 사건도 아닙니다. 태어난 해를 주민등록 방식으로 세어 연주를 붙이는 서비스는 그냥 계산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제 띠를 바꿔야 하나요
일상에서 쓰는 띠까지 바꾸실 필요는 없습니다. 생활 속의 띠는 태어난 해를 부르는 이름에 가깝고, 명리의 연주는 계산의 결과입니다. 쓰임이 다릅니다. 다만 사주 해석을 볼 때만큼은 입춘 기준의 연주를 보셔야 앞뒤가 맞습니다. 1990년 2월 3일에 태어나신 분이 사주 상담을 받으신다면 기사(己巳)년, 즉 뱀띠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절입 시각 가까이에 태어났다면
입춘은 날짜가 아니라 시각입니다. 예를 들어 2024년 입춘은 2월 4일 오후였습니다. 같은 2월 4일생이라도 오전에 태어났으면 앞 해의 연주, 오후에 태어났으면 새해의 연주입니다. 하루 안에서 갈리는 겁니다.
그리고 절입 시각은 어느 기관의 역서를 쓰는지, 어느 경도를 기준으로 환산했는지에 따라 몇십 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태어난 시각이 절입 시각과 한두 시간 안쪽으로 붙어 있다면, 앞 연주와 뒤 연주 두 경우를 모두 뽑아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어느 쪽 구조가 살아온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는지 견주어 보시면 대개 판단이 섭니다. 이 판단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프로그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연주가 실제로 하는 일
연주는 네 기둥 중 초년기와 뿌리를 보는 자리입니다. 조상·가문·자라난 환경, 그리고 사회가 나를 처음 어떻게 대했는지에 해당합니다. 신살 가운데 도화살·역마살·화개살처럼 연지를 기준으로 잡는 것들도 여기서 나옵니다. 그래서 연주가 틀리면 신살까지 통째로 틀립니다.
다만 연주 하나만으로 사람을 열두 갈래로 나누는 이른바 띠별 운세는 사주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세계에 수천만 명이고, 그들의 나머지 여섯 글자는 전부 다릅니다. 연주는 여덟 글자 중 두 글자, 전체의 4분의 1일 뿐입니다. 사주를 본다는 것은 나머지 여섯 글자와의 관계를 함께 읽는 일입니다.
입춘은 언제부터 기준이었나
이 기준은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간지로 연월일시를 표기하는 방식은 아주 오래된 체계이고, 그 안에서 인월을 한 해의 첫 달로 삼는 배치도 함께 굳어졌습니다. 사주 명리가 지금의 형태를 갖춘 시기 이후로 연주의 기준은 줄곧 입춘이었습니다.
민간에서 연주를 설날이나 1월 1일과 헷갈리게 된 것은 오히려 나중의 일에 가깝습니다. 띠는 일상에서 나이를 세는 말로 널리 쓰이는데, 나이는 행정적 기준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명리의 연주와 생활 속의 띠가 뒤섞였습니다. 사주를 볼 때만 기준을 원래대로 되돌리면 됩니다.
월주는 달력의 달이 아닙니다 — 절기로 끊는 열두 칸연주 다음으로 중요한 월주가 어떻게 절기로 끊기는지 이어서 보세요.